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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박사과정 학생으로 살아가기

D+55 나름 버라이어티

보리초코보 2019. 11. 19. 09:11

-이사

평화로운 독일 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금요일 한보따리 장 봐서 퇴근했더니 벽과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관리부서 사람들이 와서 위험하고 수리엔 한달 걸릴거라고 롸잇나우 꼭대기 층 빈방으로 이사하라고 해서 급히 공수해오신 이케아 백과 박스에 짐을 때려넣어서 이사이사. 짐 단촐하다고 생각했는데 먹거리 짐이 늘어서 아주 단촐하지만은 않더라고요. 직원님이 안 도와줬으면 클날뻔 했고 아 빨리 김치 먹어서 없애야지. 냄새가 약간 부끄러웠다. 김치는 이사 첫날 으아 한국 음식 먹고싶다! 하고 사와서 김치볶음밥이랑 김치찌개 한번 해 먹고 나선 없어지지 않고 있다 -_-ㅋㅋㅋ하기야 서울 살때도 김치 안 먹었고 순간적인 K뽕 차서 사버린 것이라 그만...이번 주말 모두 주기겠다 김치. 아무튼 1인실이 없어서 일단 가족실로 들어왔는데, 직원님 말론 오버 차지 없이 여기 살게 될거라곤 했는데 워낙 계약 초기라 과연 그리 될지는? 아무튼 단기든 장기든 본의아니게 침실 분리된 곳에 살게 되니 좋고(흑흑) 뭣보다 오븐있어서 좋다. 오븐에 구운 감자 최고얌....이사 힘들었지만, 호사다마로다. 

 

-수영

드디어 독일와서 수영장 갔다. 그런데 수영장 목금토일만 연다...오마이...월-수는 훈련용으로 쓰는 듯. 수영장은 25m 레인에 딱 한 레인만 묵묵한 수영러들 용으로 배정되어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1.95m 수심에, 물도 깨끗하고 좋았다. 어떨지 몰라서 일단 1회권 끊어서 들어갔는데(5.1유로) 담에 가면 10회권(회당 3.7유로) 사야지. 수영하고 큰길가로 향했더니 급행(?) 트램도 있고 트램 정류장 바로 앞에 베이커리도 있어서 애플파이 사서 출근했다! 히힇. 아쉬운 건 독일 수영장에선 수건을 들고다녀야 하고, 입장-개별 탈의실(성별구분 없음)-개별 락커(성별 구분 없음) -샤워실(성별 구분 있음)-수영장으로 구조가 짜여 있어서 샤워실-락커까지 몸을 싸맬 커다란 수건이 필요하고 그래서 가방이 무거워....탈수기도 없어....드라이백 살까 집에 보내달라고 할까 고민중. 아무튼 이걸로 주3회 러닝, 주3회 수영하면 딱 좋을텐데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료리

열심히 해먹고 있는데 요리에 쓰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고민. 아침은 보통 베이커리 애플파이 사들고 가서 오피스에서 커피 내려서 마시고,  점심은 스킵(사먹는 음식이 너무 짜기도 하고, 보통 4-5시 퇴근인데 점심 먹는 시간 빼면 너무 아깝. 독일 교민 땡땡님께서 보통 자기랑 동료들은 점심 스킵한다고 하셔서 음? 했는데 지내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저녁은 집에 와서 해먹는데 불 쓰는 요리 하기 시작하면 빨라도 30분-1시간이 호로록 간다. 약간 릴렉스타임이기도 한데...이렇게 쓰고 보니까 뭐 해먹어도 괜찮지 않나? 마음 되네 ㅋㅋㅋ. 대신 양은 좀 줄여야겠다. 저녁먹고 3시간 정도 공부하다가 자는데 밥 많이 먹으면 꼭 졸고 이렇게 되면 자는 시간이 밀린다. 1시 전엔 잠드는 걸 목표로 해야지. 아참! 일욜엔 스테이크 굽다가 화재경보기 울림 ㅋㅋㅋㅋㅋㅋㅋㅋ심지어 그런 우여곡절 끝에 구운 스테이크가 웰던이야 ㅠㅠ어지간한 요리는 어지간히(?) 만들 수 있는데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스테이크는 언제나 실패다. 마침 화재경보도 울렸고 하니 여기 사는 동안은 스테이크는 포기할 생각이다. 연말에도 오븐을 쓸 수 있으면 로스트비프 정도는 트라이해볼지도?

 

-연구와 영어

영어는 일단 뭐 하고 있습니다...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말하기엔 독일 온지 아직 두달 안됐고, 작정하고 영어 공부 시작한 건 한달이 채 안됐으니까 적어도 삼개월간은 적응타임으로 나에게 좀 관대해져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언어란 게 원래 계단식으로 증진되는 거니까. 의심 버리고 일단 닥치고 하자 묵묵허게. 출근-퇴근시간까지 6-7시간 쭈욱 연구에 집중하는 건 좋은데 좀 더 푸시해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건 장기전이니까 체력과 정신력을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한 챕터를 다 쓰고 나면 윤곽이 좀 보이려나. 이번주의 목표는 매일 최소 1000words 쓰기입니다. 한 챕터 분량은 10000words를 일단 목표로 하려고요.  

 

-여행

주말엔 하이델베르크에 다녀왔다. 너무 집에만 쳐박혀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성이 있는 산(Königstuhl 어떻게 읽는겨...)에서 조난당하는줄. 하이델베르크, 동료들 말마따나 너무 아름다운 도시여서 다리에 서서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물론 눈이 닿는 거의 모든 곳이 예술이었던 밀라노 급은 아니었지만(죄송)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는 도시였다. 걷는 거 좋아하기도 하고 도시 천천히 발로 구경하고 싶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성 경유해서 산 꼭대기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원웨이 티켓으로 샀는데 이미 하이델베르크 성에서부터 날씨가 너무 너무이지 뭐에요....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성-Königstuhl 까지 그렇게 유물같은 나무 열차를 타고 올라갈 줄은 몰랐죠. 창가자리 앉았는데 뿌서질까봐 차체에 기대지도 못했다. 산봉우리 올라가선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아무 것도 안보이고, 내려오는 길도 아무것도 안 보여서 여기서 하행 티켓을 살까 하다가, 산길로(안개 속으로) 내려가는 한 커플이 보이길래 용기를 내어 따라갔다. 물론 따라가다보니까 그들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지만요. 사람이 정말 없어서(대부분의 관광객은 라운드 티켓을 사는 모양) 아 이런 데다 애들을 버리면 당연히 집으로 못 가지(헨젤과 그레텔)을 생각하면서 아 여기서 조난 당하면 어쩌지, 할 때마다 자전거를 탄 독일인이나 러닝하는 독일인을 만나서.....큰 안심이 되었습니다. God bless the healthy Germans....하이델베르크 떠날 때 보니까 이날 26km 걸었더라 햐햫. 오늘 보스한테 이 얘기 했더니 산에선 이거 보고 다니라고 Komoot 앱 알랴줌 ㅋㅋㅋ이번 주말은 쫄려서 안 되겠고 담주 챕터 마무리하고 나서 프랑크푸르트 타우누스산 하이킹 갈까 생각중. 등산화를 살지 집에 보내 달라고 할지 고민.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고 독일 택배를 못 믿겠기도 하고. 아무튼 하이델베르크의 숲 너무 아름다웠다. 안개 속에서도, 햇살 아래에서도 어쩐지 다른 세계로 통해있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