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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박사과정 학생으로 살아가기

D+50 한달이 훌쩍 지났다

보리초코보 2019. 11. 15. 03:45

-먹는 얘기

드디어 연구자용 게스트하우스 입소해서 열심히 해먹으면서 살고 있다. 불 쓰는 거 너무 좋아. 기름에 야채 볶을 때 나는 냄새 너무 좋아. 담슈타트 와서 혼자 레스토랑에 앉아본 적이 없는데 비싸다(하지만 양은 많음)+짜다+맛없다의 삼단콤보를 장착하고 있는 독일 외식 트라이하고 싶지 않아. 정말 비싼 데 가면 맛있으려나. 아무튼 원래 요리 좋아하기도 했고 마트 구경도 엄청 좋아해서 즐겁게 장보고 요리하고 있다. 독일 장보기 감상을 말하자면 가공육이 전반적으로 너무 짜다. 특히 쏘세지. 한번 당한 이후로 굽기보다는 물에 삶고 있는데 그래도 짜다. 사우어크라우트로 다 씻어낼 수 없는 짠맛. 아마 독일식 소세지는 더 안 사먹지 않을까? 그리고 치즈! 정신을 차려보니 냉장고에 치즈4종이 들어있었다. 모짜렐라, 샌드위치용 슬라이스 고다, 고다(덩어리),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덩어리) 아 크림치즈도 있으니 5종. 독일 정녕 데어리천국이고 한국에서 치즈 그닥 즐겨먹지 않았는데 싸고 여러가지 있으니까 맘편히 사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있다. 아 잠깐 페타치즈도 있어....지금 상황에서 약간 아쉬운 건 1인용 숙소엔 오븐이 아니라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빵을 못 굽는다는 거. 장보기 좋아하긴 하지만 장 보는 시간 좀 줄이고 싶은데 여기 냉장고가 냉동고가 없어서 이래저래 고민이다. 아무리 줄여도 주2회 장보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영어

동료들이랑 보스랑도 영어로 톡하지만 (여느 대학원생이 그렇듯) 딱 인사만 하는 날도 많고, 영어 톡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결국 그제 한국 스카이프 영어랑 해외 영어 튜터링 서비스 비교해보고 버블링 시범 레슨 신청했다. 잘 맞으면 좋겠는데. 이건 해보고 보고할 예정. 

 

-연구

28일까지 한 챕터를 쓰기로 했다. 석사 논문을 dissertation의 일부로 포함시키기로 해서 가능한 건데, 단순한 번역이래도 꽤 시간 걸릴 걸릴테고 절대 단순 번역일리가 없지만 일단 하기로 했다. dissertation은 큰 프로젝트니까 쓰기와 리딩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보스의 말이 너무 지당해서 반사할 당위가 없었다. 2년 먼저 착수한 동료들이 이제야 첫 챕터를 쓴 참이니까 올해 안에 첫 챕터를 쓰고 나면 뒤늦게 투입되었다는 부담도 좀 덜해질 것 같고, 지난 학회 때 발표 스크립트 썼으니 제로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란 생각에(이달 말에도 이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보스의 제안에 콜했다. 아무튼, 하루에 6-7시간을 온전히 연구(리딩이든 라이팅이든)에 쏟을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은 나쁘지 않다...기 보다 감히 말하자면 매우 좋다(B와의 술타임이 그리운 것만 빼고 ㅠㅠ) 영어 능숙해져서 세미나에서 좀 도움되는 심도있는 톡을 하게 되면 더 좋겠다. 아직 브로큰 잉글리쉬임 힝

 

-연구2

동료 한명이 프로젝트를 떠나게 되었다. 내가 독일에 왔을 때부터 리서치 트립 때문에 자리 비움 상태였는데, 현지에서 (건강 문제로) 프로젝트 하차 의사를 밝혔다. 이래저래 상념이 들었는데 글로 정리가 잘 안되네. 이번주 프로젝트에서 떠나기 위한 행정처리를 위해 독일로 온 그 친구, 그리고 다른 동료(역시 인터네셔널)랑 셋이 점심 먹었는데 두 친구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You should survive. 어디에 있든 부디 건강하시길. 건강해지시길. 

 

-life management 

아직 독일에서의 삶을 어떻게 조직해야 할지 잘...모르겠다. 오피스에서 연구, 퇴근 후 영어 공부. 그리고 운동과 모처럼 유럽이니까 여가 즐기기? 며칠 전에 월급 명세 보니까 놀러다닐 때는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저는 돈벌러 독일 온 것도 아니니까요. 낭비할 필요야 없겠지만 나를 갉아먹으면서 절약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어차피 한국 있었어도 박사 과정 학생이 무슨 저축을 하겠어요ㅋㅋㅋㅋ햐. 아무튼 최근 한 주는 잘 못 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해가 짧은 나라에서는 일찍 일어나서 일찍 일어나는 삶 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 그리고 운동부족...어쩌지.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수영장에 가 볼 생각. 그러니까 오늘은 꼭 12시 전에 자야지.